우크라 대위 “북한군 전술, 한국전쟁때 수준”

앵커: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과 직접 교전을 벌인 올레흐 시리야예프 우크라이나군 대위가 북한군의 전술에 대해 “한국전쟁과 세계2차대전 시기 수준의 전술훈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한군의 드론 대응 능력이 빠르게 늘어 ‘명사수‘라고 부르기도 했는데요. 박수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군과 첫 교전한 우크라 대위 “한국전쟁 수준 전술”

우크라이나 225독립돌격연대(225th Separate Assault Regiment)의 올레흐 시리야예프 (Oleh Shyriaiev)대위는 8일 보도된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은 한국전쟁과 세계 2차대전 당시의 전술 경험을 바탕으로 훈련받은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군과 직접 교전을 벌인 시리야예프 대위는 “(북한군은) 무인기에 대한 대응 및 현대 전술을 전혀 훈련받지 않은 것 같았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시리야예프 대위가 속한 우크라이나 225연대는 북한군과 최초로 교전한 우크라이나 부대 중 하나입니다.

해당 연대는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약 13km 떨어진 크루글렌코예(Kruglenkoe) 마을에서 북한군과의 첫 번째 접전을 벌였습니다.

우크라이나 225연대는 총 5개 연대, 약 5천5백명의 병력으로 구성됐으며, 러시아 진영에서 첫 번째 전투를 치른 연대이기도 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방문하고 종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를 방문하고 종합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연합)

시리야예프 대위는 “전투 초기 북한 병사들은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병력의 희생을 감수하는 러시아의 전술, 일명 ‘인해전술(Meat Assault)‘에 투입됐다”고 진술했습니다.

대위는 또 “단 한 번도 북한군을 포로로 잡을 수 없었다”면서 “다친 채 붙잡힌 북한군은 부상 탓에 사망에 이르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 전투로) 러시아군과 북한군 모두 많은 인명 피해를 보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북한군의 사상자는 파병된 인력 중 절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 국방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정보에 따르면, 러시아 쿠르스크주에 파병된 북한군 중 5,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 중 3분의 1은 우크라이나군과의 전투에서 전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난달 27일 한국 합동참모본부도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 1만 1천여 명 중 약 4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나아가 시리야예프 대위는 북한군은 부상병을 남겨두지 않고 항상 대피시키고 있으며 불리한 상황에도 항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특수부대는 소셜미디어인 텔레그램을 통해 다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한 병사가 수류탄을 이용해 자폭하는 영상을 게시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한 내용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보도한 바 있습니다.

‘드론 명사수’ 북한군, 무인기 대응 전술 빠르게 늘어

그러면서도 시리야예프 대위는 북한군이 전투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북한군은 한 번에 큰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소규모로 침투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으며, 무인기를 총으로 격추하는 데 탁월한 실력을 보인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시리야예프 대위는 또 “북한군은 무인기와 교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북한 군인들을 ‘명사수 (good marksmen)‘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2명을 직접 만난, 한국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4일 RF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을 통해 무인기에 대한 대응 전술을 익히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유용원 의원] 이번에 처음 확인된 사실 중의 하나는 북한도 드론을 교란하는 드론 재머 (전파교란장치)를 사용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리 씨가 ‘반 전자총‘을 쐈다고 했는데, 그게 드론 전파를 교란하는 장비로 러시아군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게 처음에는 잘 먹혔는데 좀 지나니까 통하지 않더라고 했는데, 우크라이나 군이 대응책을 마련해서 소용이 없어졌다는 얘기죠. 이런 과정을 통해서 북한군이 드론전에 대해 피부로 느끼며 배우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포착해 공개한 북한 군인의 모습.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으로 포착해 공개한 북한 군인의 모습. (연합)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이후, 무인기 개발에 대한 노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달 25~26일 전략 무인정찰기와 새로운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된 자폭 공격형 무인기를 시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평안북도 방현 공군기지에 무인기 격납고 7개가 추가로 완공된 정황도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세뇌’ 북한군 포로 “동맹 러시아 돕는 것 당연”

“북한군 수풀 위장복, 드론전 염두에 둔 것”


다만, 북한이 최근 공개한 무인정찰기는 선전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북한이 첨단 전략 무인정찰기라고 공개한 새별-4형의 경우 원격 제어가 가능한 위성 통신 네트워크가 없고 체공 시간이 짧아서 비싸고 큰 효용은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성준 한국 합동참모본부 공모실장도 북한이 무인기와 함께 공개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에 대해 “굉장히 둔중하고 요격에도 취약할 것으로 판단한다”며 “정상 운영이나 효용성 측면에서 새로운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에디터 박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