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김일성 생일 계기 ‘침체’ 사회분위기 반전 도모

앵커: 북한 당국이 김일성 주석의 생일(4/15)을 계기로 침체된 사회분위기를 반전시키려 애쓰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은 ‘피곤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오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앞둔 북한 당국이 새로운 “군중무용”을 보급하는 등 침체된 사회분위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고 복수의 양강도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양강도 청년 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9일 “(김일성 생일) 4.15를 계기로 청년들이 앞장에서 혁명적 낙관주의가 넘쳐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것이 중앙청년동맹의 지시”라며 “3월 말, 중앙청년동맹에서 내려 보낸 ‘4월 사업계획서‘에 그러한 지시가 명시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지시는 지방의 여맹(여성동맹) 조직과 직맹(직업총동맹), 농근맹(농업근로자동맹) 조직에도 내려졌다”며 “지방 당 조직들도 ‘이야기 모임‘, ‘웅변대회‘, ‘충성의 노래모임‘을 비롯해 4.15를 앞두고 여러가지 예술활동을 활발히 벌리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4.15를 앞두고 양강도 청년동맹은 새로 나온 ‘군중무용‘을 보급하고, 청년동맹과 소년단 조직들의 (김일성, 김정일 부자) 사적관 참관, 사진전시회 참관을 조직하고 있다”며 “4월 15일에는 혜산운동장에서 대학생들과 청소년학생들의 대합창공연 ‘김정은 장군 목숨으로 사수하리라‘와 붉은청년근위대원들의 창격전, 태권도 시범이 있어 지금 연습이 한창”이라고 소개했습니다.

“‘김정은 장군 목숨으로 사수하리라‘는 2012년에 나온 노래인데 가사를 외운 학생들이 거의 없어 지금 다시 가사와 악보를 보급하고 있다”며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4월 1일부터 소학교(초등)와 초급(중등), 고급(고등) 중학교 학생들은 대열을 지어 김정은 찬양 가요를 부르며 학교에 등교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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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간부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8일 “4.15를 앞두고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평양과 지방에서 여러가지 행사들을 무리하게 벌려놓고 있다”며 “주민들 속에서는 ‘별 볼거리도 없는 행사들 때문에 피곤해 못살겠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조직적인 행사에 참가하지 않을 경우 생활비(월급)를 자른다든지, 사상투쟁 무대에 올려 세웠는데 지금은 그런 압력이 통하지 않는다”면서 “더 이상 바닥이 없는 서민들은 기관장들이 행사 포치(전달)를 해도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양강도는 지난 6일, ‘제9차 4월의 봄 인민예술축전’ 참가자들과 ‘김일성-김정일 기부금’ 우수 기부자들을 환송하는 청년학생들의 모임을 혜산역에서 요란하게 진행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법적 문제 희석시키기 위해 억지로 기부금 바쳐”

소식통은 이어 “4.15를 맞으며 양강도는 간부들과 돈 많은 장사꾼들을 상대로 통이 크게 ‘김일성-김정일 기부금‘을 낼 것을 강요했지만 내화 100만원(미화41.6달러) 이상 기부한 사람은 8명에 불과했다”며 “이들 8명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죄를 탕감 받기 위해 많은 기부를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부금 영수증을 받기 위해 평양으로 향하는 이들을 신문과 방송으로 선전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며 “중앙에서는 ‘혁명적 낙관주의가 넘쳐나는 사회분위기‘를 독촉하고 있는데 배고픈 사람에게 억지로 웃으라면 웃음이 나오겠냐”고 소식통은 반문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