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총비서의 딸 김주애가 최근 김 총비서와 주북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했습니다. 김주애가 공식 외교행사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제무대 데뷔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김주애가 향후 김 총비서의 해외방문 일정에 동행할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9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전날 러시아 전승절을 맞아 ‘가장 사랑하는 따님’, 김주애와 함께 주북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했다고 최선희 외무상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김주애가 ‘가장 사랑하는 따님’이라고 불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 매체 등은 그동안 김주애에 대해 ‘존귀하신 자제분’, ‘사랑하는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 등으로 표현해온 바 있습니다.
김주애가 공식 외교행사에 등장한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 영상에서 김주애는 남색 정장 차림으로 김 총비서와 나란히 러시아대사관으로 향했습니다.
김 총비서의 연설 중에 김주애는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러시아 대사와 함께 가장 앞자리에 위치했고, 환송시에는 마체고라 대사가 김주애 볼에 가볍게 입맞춤하는 모습 등도 포착됐습니다.
한국 총리실 산하 연구기관 통일연구원(KINU)의 조한범 석좌연구위원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김주애가 이번 주북 러시아대사관 방문으로 사실상 국제무대에 데뷔했다”며 “대내외적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는 것을 공식화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 석좌연구위원은 다만 북한 내 김주애에 대한 공식적인 후계자 지명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경우 2010년, 20대 중반의 나이에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선임되며 첫 직함을 받았는데, 2013년생으로 알려진 김주애는 현재 직함을 부여받기에도 너무 어리다며, 적어도 20세는 넘어야 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번 김주애의 러시아대사관 동행이 러시아 후견을 기대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조 석좌연구위원은 김주애가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는 것을 동맹인 러시아에게 알리려는 측면은 있을 수 있지만, 후견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않을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이번에 러시아대사관에 김정은과 동반함으로써 국제무대에도 사실상 데뷔한 것이거든요. 그렇게 보면 이제 김주애는 대내외적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것을 공식화했다고 할 수 있고, 대외적으로도 얼굴을 알리면서 공인받고 싶어하는 측면은 있지만, 후견까지 필요로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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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김정은 러시아 방문에 ‘김주애 동행’ 가능성”
탈북민 출신 박사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도 1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김주애가 후계 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남아 선호사상이 있는 북한에서 김주애가 후계자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 비판적 시각이 있는 것과 관련해 안 이사장은 “북한은 결국 김정은 뜻으로 움직이는 사회”라며 “북한 주민 모두의 공감대를 얻어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김 총비서는 자신의 뜻을 강하게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안 이사장은 이번 주북 러시아대사관 방문으로 김주애가 공식 외교행사에 처음 모습을 보인 만큼, 향후 김정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에도 김주애가 동행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밝혔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김정은이 한다면 하는 게 그쪽 사회 아닙니까? 드러난 것만 보면 후계 체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한다거나 이런 때에도 동행할 가능성을 이번에 조금 암시한 것이죠.
한편 김 총비서는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불참하는 대신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으로 주북 러시아대사관을 방문했습니다.
향후 김 총비서의 방러 전망과 관련해 조 석좌연구위원은 “올해 김 총비서의 러시아 방문은 공식화된 상황”이며 “현재로서는 9월 블라디보스토크 방문이 유력해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한국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2023년 9월 4일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북한은 백두혈통에 대한 집착이 강하고 남성 위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김주애를 후계자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밝혔다가 이후 다소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국정원은 2024년 7월 29일 국회 정보위에서 북한이 김주애를 현 시점 유력한 후계자로 암시하며 후계자 수업을 진행 중이라고 보고했고, 2024년 10월 29일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는 김여정의 안내를 받거나 최선희의 보좌를 받는 등 김주애의 지위가 일부 격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지난 4월 30일 국회 정보위에서는 “김주애가 김정은의 역점사업 현장방문을 연거푸 수행하면서 후계 구도 구축 분위기를 다져가고 있는 양상”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