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남중국해에 위치한 섬나라 필리핀의 마닐라 공항에서 전직 대통령인 로드리고 두테르테가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국제경찰 인터폴의 체포영장을 받아서 필리핀 경찰이 전직 대통령을 체포했고요. 그 다음 날로 두테르테 대통령은 헤이그의 국제형사재판소 즉 ICC로 이송되었습니다.
두테르테의 범죄혐의는 ‘반인도범죄’입니다.
2011년부터 필리핀 최남단 도시인 ‘다바오’ 시장으로 재임했던 두테르테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필리핀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역임했는데요. 다바오 시장으로 일하던 2011년부터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전격적으로 진행한 ‘마약과의 전쟁’이 이번 체포의 원인입니다.
두테르테가 다바오 시장으로 역임할 당시, 사회에 만연한 마약 복용과 유통을 막는 정책 실행 과정에 6천명 이상의 민간인을 총살했습니다. 필리핀 경찰은 대통령 임기 포함해서 총 3만명 이상이 총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습니다. 두테르테는 마약을 사용하는 범죄 용의자들은 ‘사살해도 좋다’는 명령을 내렸고, 마약 단속 과정에 주위에 있던 많은 무고한 사람들마저 경찰의 총격에 사망했습니다. 도시 빈민층 그리고 힘 없는 사람들이 주로 희생이 되었다고 합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두테르테의 살인적인 마약단속 정책이 ‘반인도범죄’에 해당되는지 오랜 기간 관찰했고, 필리핀이 회원 국가인 인터폴 즉 국제형사경찰기구의 협조로 체포영장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두테르테가 자행한 ‘반인도범죄’ 혐의에 대해서 국제형사재판소가 조사하고 재판할 예정입니다. 필리핀 전 대통령은 지금 국제형사재판소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감옥에 수감되어 심문과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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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국가 안에서 개인들 사이에 저지르는 일반 범죄행위는 그 나라의 형법에 따라 체포, 조사, 재판을 거쳐서 판결하고 처벌까지 집행합니다.
그러나 때로는 한 나라의 지도자가 자국민이나 다른 나라 국민들을 대규모로 사살하는 잔혹한 반인권 범죄들이 자행되고 또 전쟁이나 지역 내 분쟁 또는 내전도 마찬가지입니다. 평화 시에도 독재자나 국가 지도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잔혹 범죄들이 발생하는데요. 이 경우는 무슨 법으로 책임을 묻고 다스릴 수 있을까요?
이럴 때 나서는 것이 국제형사재판소, 영어 줄임말 표기로는 ICC 입니다. 국제형사재판소의 근거가 되는 법 즉 한 나라의 형법에 해당되는 법이 ‘로마규정’인데요. 로마규정에 ICC가 관여해야 할 범죄 종류들이 다 나와 있습니다. 그 중에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의 혐의는 ‘반인도범죄’입니다. 그 외에도 전쟁 도중에 자행하는 고의적 살인이나 고문, 비인간적인 악행 등의 범죄인 ‘전쟁범죄’도 ICC 소관입니다. 침략 범죄도 ICC가 재판할 수 있습니다. 한 국가가 다른 나라의 주권과 영토, 정치적 독립성에 반대해서 무력을 사용해서 침략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반인도범죄는 어쩌면 이 방송을 종종 청취하시는 분이라면 몇 차례 들어서 익숙할 수도 있습니다. 한 나라의 공권력을 가진 지도자가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행하는 범죄인데요. 민간인을 공격한다는 의도를 가지고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방식으로 공격을 가해서 인간성을 저버릴만큼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행위를 ‘반인도범죄’라고 합니다.
살인은 물론이고요, 특정 부류의 주민들을 파괴할 계산으로 식량과 의약품을 주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삶에 고통을 주는 범죄인 ‘절멸’이 있고요. 주민을 소유하고 강제로 노동을 시키거나 인신매매하는 등의 권력을 행사하는 행위인 ‘노예화’라는 범죄도 해당됩니다. 강압적인 방식으로 주민을 강제로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 행위, 구금한 사람을 고문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을 가하는 행위도 있고요. ‘강제실종’이라는 범죄행위도 반인도범죄인데요. 국가나 정치조직이 묵인하거나 지원, 또는 허가해서 민간인을 체포, 구금, 납치한 뒤 그 사람들의 생사 확인도, 행방에 대한 정보도 다른 곳에 알리지 않아서 장기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방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10년 전 유엔의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인권 상황을 조사한 보고서를 펴낸 적 있었지요. 이 보고서는 북한 정치범관리소 그리고 교화소의 일부에서도 ‘반인도범죄’가 자행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살인, 절멸, 노예화, 고문, 강제실종 등 ‘반인도범죄’에 해당되는 모든 범죄들이 광범위하고 체계적으로 정치범 ‘관리소’에서 일어나는 정황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2014년 유엔의 조사위원회는 관리소의 반인도범죄 혐의에 대한 책임이 북한 ‘최고지도자’에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 정치범 관리소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의 목소리가 강했고요. 그래서인지 15호 관리소인 요덕수용소는 혁명화 구역을 2014년까지만 운영했는데요. 지난달 말 경 인공위성이 촬영한 요덕수용소 부지를 확인하니 새로 지은 살림집이 들어섰다는 자유아시아방송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즉 15호 관리소는 이제 해체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관리소 하나 해체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15호 관리소에 수감되었던 사람들의 행방은 어떻게 되었을지, 그 외에 개천, 명간, 청진, 등지에 아직도 운영되는 정치범 관리소에는 어떤 사람들이 수감되었고, 생존하는지, 국제사회는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관찰하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반인도범죄’에 책임이 있는 북한 지도자들은, 로마규정에 따라 ICC가 기소, 재판 할 수 있는 범죄 행위에 있어서 공소시효가 없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좋겠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