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북한 노동신문은 ‘천리마 정신 계승 발전되는 증산절약운동’이란 제목의 조선중앙통신사 상보를 게재했습니다. 그에 의하면 1950년대 후반기 천리마 시대를 탄생시킨 것은 전 인민적인 증산경쟁운동과 절약운동이었으며, 당시 이를 통해 1차 5개년 계획을 앞당겨 완수하고 4차 당대회를 맞이한 것처럼 오늘도 증산절약운동을 벌여 5개년 계획을 성과적으로 수행하고 당 9차대회를 맞이하자고 호소했습니다.
북한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시대는 천리마 시대입니다. 북한에서 전후복구건설 시기로 명명하는 1950년대 후반 북한은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했습니다. 북한의 공식발표에 의하면 1957년부터 1960년까지 공업생산의 연평균 증가속도는 36.6%였습니다.
조선중앙통신사 상보는 천리마 시대의 비결을 대중적 증산운동과 절약운동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허리띠를 졸라매고 생산계획 수행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온 주민들의 헌신은 당시 높은 생산속도를 달성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밝히고 싶지 않아서 묻어버린,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있습니다. 그것은 당시 북한이 사회주의국가들로부터 받은 원조입니다. 추정에 의하면 북한은 1953년부터 1960년까지 14억 달러가 넘는 대외원조를 받았으며 이는 당시 국가예산의 37%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 사회주의 국가들은 3천여 명의 기술자를 북한에 보내어 전후복구건설을 도왔고 수천 명의 학생들이 소련과 동유럽에서 과학기술 전수를 받았습니다. 즉 대규모의 경제기술투자를 받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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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뒤떨어진 국가가 빠른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유치해야 합니다. 중국도 개혁개방 초기에 경제특구를 만들고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면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에 기반해서 교통 통신 물류 등 인프라 개발, 기술 및 인력 유치를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고 이를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이 여전히 잊지 못한 채 추억하는 천리마 시기의 높은 성제성장률도 사회주의국가들의 원조에 기초한 것이었습니다. 투자는 상환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만 당시 원조는 상당수가 상환이 필요 없는 무상원조였습니다. 투자는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소비증가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기여합니다. 천리마 시대 북한 사람들의 열정의 원천도 애국심과 동시에 날마다 눈에 띄게 피어나는 생활수준에 기인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렇게 빠른 속도로 경제가 발전하면 국가에서 선전하는 공산주의 사회도 멀지 않아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이는 지도부의 호소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그 관철에 헌신하도록 하는 추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북한경제는 점차 동력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이를 국방에 막대한 돈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와 함께 사회주의 국가들의 원조 즉 투자가 끊겼기 때문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1960년대 이후 계속 경제가 하락했으며 1980년대에 들어와 거의 수직 하락했고 1990년 사회주의체제가 붕괴의 충격까지 받아 북한경제는 파산했습니다. 이후 30여 년이 지났지만 오늘까지도 북한경제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가짜 기억을 갖기 쉽다고 합니다. 특히 국가가 선동선전수단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조건에서는 주민들의 기억을 국가가 조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북한 주민들이 기억하고 있는 천리마운동의 신화는 상당수 국가에 의해 재조작된 것입니다. 문제는 주민들 뿐 아니라 지도부조차도 가공된 기억을 진실로 믿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경제발전의 비결을 대중운동을 통한 증산 절약에서 찾고 그를 재현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이루려는 현 정권의 끈질긴 시도는 ‘위대한 천리마 시대에 대한 기억의 오류’ 외에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