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북한에선 김씨일가를 정말 신처럼 받들고 있나요?

0:00 / 0:00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여자입니다. 저는 현재 기업홍보 관련 회사에 다니고 있고요. 1주일에 두 번씩 교회에 나가면서 신앙 생활을 하고 있는 크리스천입니다. 제가 얼마 전 인터넷에서 북한의 기독교 박해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기사를 봤는데, 실제 그 통제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지더라고요. 북한에는 그럼 정말로 종교가 존재하지 않는 건가요? 그럼 혹시 북한에선 종교가 아닌 김씨일가를 신처럼 믿고 있는 걸까요?”

기독교의 경우 수요일에 수요 예배, 그리고 일요일에 주일 예배, 이렇게 두 번 정도 예배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던데, 오늘 질문자 분도 일주일에 두 번이면 신앙 생활을 꽤 열심히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본인을 '크리스천'이라고 칭했는데, 보통 크리스천이라고 하면 단순히 특정 종교를 따르기만 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독교에서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를 믿고 그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며 사는 사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북한에서 살 때는 특별히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많은 종교와 종교인들을 접하다 보니 종교에 대한 믿음은 인간의 본능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떤 말이나 현상으로 명확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삶의 순간들에서 고난과 어려움이 닥칠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 우주와 인간 세계를 관할하는 어떤 강력한 존재에 대해 찾고, 의지하고, 도움을 청하게 되니까요.

하여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에선 종교의 자유를 개인의 가치관과 믿음을 선택하고 실천하며 표현하는 기본적 인권의 영역으로 보고, 국민의 기본권리로써 종교의 자유를 헌법에 명시해 보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일부 국가들에선 여전히 종교의 자유를 탄압하고 차별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고, 그 중 최고의 종교탄압국에는 매번 북한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탈북민들 역시 이곳에서 '북한에 지하교회는 있다던데 경험해본 적 있냐?' '성경을 진짜 본 적이 한번도 없냐?' 또는 '정말 종교 생활을 하면 잡아가냐?' 등 여러 질문을 받는데요. 전에는 이런 질문에 교회며, 예수 그리스도며, 성경 이런 것들은 북한에서 들어본 적도, 경험해 본 적도 없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교회가 존재할 수조차 없다고 답을 했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보고 듣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종교는 그야말로 북한에서 회생불가한 정치범으로 낙인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해방 직후 믿음이 있었던 분들이라 할 지라도 자녀들의 안전을 위해 후대에는 절대적으로 종교에 대해 전하지 않았을 것이며, 기독교의 교리와 예수의 말씀이 적힌 성경책조차 보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 생활 10여 년이 넘고, 여러 지역에서 온 탈북민들을 만나다 보니 어쩌면 북한에 미약하게나마 종교에 대한 믿음과 종교 생활을 이어가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이유는 많은 탈북민들이 중국에서 한국 선교사의 도움을 받으며 종교 생활을 하게 되는데, 이때 가진 믿음이 북한으로 잡혀 들어간 이후에도 이어져 자신의 종교 생활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전해지지 않았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탈북민들 중 북한에서 이미 기독교를 접했다고 실제로 증언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무엇보다 북한이 종교에 대한 탄압 수위를 점점 더 높이고 있는 것도 어쩌면 북한 사회 종교인들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관련 기사>

[질문있어요] 북한 대학생들은 방학을 어떻게 보내나요?Opens in new window ]

[질문있어요] 북한에선 미혼남녀가 동거하면 처벌받나요?Opens in new window ]

오늘 질문에서 ‘북한에선 그럼 종교가 아닌 김씨일가를 신처럼 믿고 있냐’고 하셨는데, 실제 북한의 우상화 체제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지도자 가문의 신격화를 의미합니다. '신'이라는 용어를 쓰진 않지만 일반적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는 걸출하고 위대한 '인간상'으로 정의하고 있으므로, 사회에 큰 불만이 없는 북한 주민들은 신까진 아니어도 평생 모셔야 할 귀한 분으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하나님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기독교의 가르침에 완전히 배치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씨일가가 그렇게나 종교를 탄압하는지도 모르겠네요. 특히 북한의 지도자 숭배와 체제 유지는 기독교의 교리까지 일부 차용했기 때문에 더 감추고 싶었을 겁니다. 예컨대, 김일성의 생애를 "성경적 서사"처럼 구성하고, 김정일의 출생에 "초자연적 사건"을 덧붙이는 등 신비주의적 요소를 포함시켰으며 성경의 십계명을 당의 유일사상체계 10대 원칙으로 차용했습니다. 생활총화와 같은 조직 생활은 기독교인들의 종교 생활을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것임을 북한 사람들은 기독교를 접하는 순간 바로 깨달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독교의 신앙은 개인의 내면적 믿음과 양심의 자유를 강조하는 반면, 북한의 우상화는 집단적 충성과 통제를 요구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탈북민들의 심문과정에서 종교를 접했는지 유무를 엄격하게 심문하고 있고, 성경 소지만으로도 발각 시 바로 체포, 수감, 처형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가혹한 탄압을 행하고 있습니다.

종교는 인간이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초월적 존재와의 연결을 통해 내적 평화와 삶의 방향을 찾도록 돕고, 무엇보다 고난과 죽음을 포함한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위로와 희망을 건넵니다. 북한의 종교 탄압은 주민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하는 평범한 마음의 안식과 희망마저 빼앗아버리는 것으로, 북한 체제가 저지르는 많은 죄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이경하